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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14 20:19
초보농사꾼 3학년 좌충우돌 자연농 일기(8회)
 이름 : 부산교사회
조회 : 113  

2018년 3월 14일(수) (경칩 9일째, 많이  더웠음. 최고온도 21°c)


내일 비가 예정되었기에 오늘은 3월 중순 정도에 심을 수 있는 씨앗들을 부랴부랴 심었다.

직접 채종한 우엉과 왕고들빼기. 우연히 종자카페에서 알게된 분이 보내주신 우엉, 자색당근, 브로콜리.

도마뱀 아빠가 주신 비트, 모듬치커리.


모종을 따로 만들지 않는 직파 방식이다. 직파가 자연에 가깝기 때문에 직파를 하고 싶다.


오늘은 까마귀 사건까지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다.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다.


먼저 밭에 있는 시든 가지들을 정리를 했다. 작업 전 아이들에게 톱낫을 하나씩 나눠줬다.

톱낫은 뿌리를 남겨두고 풀을 벨 때 유용하다. 또한 골을 내어 씨를 심을 때도 사용한다.

아이들은 뿌리를 남겨두고 시든 가지들을 잘라서 밭위에 펼쳐 주었다.



 


종류가 많아 위치도를 만들어 기록을 하며 씨앗을 심었다. 세 명씩 세그루로 나누어 작업을 했다.

토마토, 고라니, 날다람쥐 그루는 산 아래 작은 이랑에 왕고들빼기를 조금 심었다.

대부분 씨앗을 심는 방법은 비슷한 것 같다.

풀을 제거하면서 씨 뿌릴 부분만 살짝 흙을 긁어 낸다. 그리고 씨를 뿌리고 속에 있는 흙을 이용해 살짝 덮어준다.

다음 풀 등으로 덮어주면 된다. 속에 있는 흙을 사용하는 이유는 겉흙에는 풀씨들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흙을 긁어 내는 작업이 경운과 비슷하지 않냐라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땅을 완전히 뒤집는 경운과는 확실히 다르다.

흙을 조금 걷어내다보면 다양한 뿌리, 새싹, 지렁이 등의 곤충들이 나타난다.

새로운 자연의 친구들을 만나는 거다. 자연이 바로 책이다.



<뭔가를 발견한 토마토(정연), 고라니(지수), 날다람쥐(윤성)>


작업이 서툴다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날씨도 덥다보니 몇 명은 하기 싫은 모습이 나타난다. 어른도 힘든 일이 하기 싫을 텐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나 싶다.

하지만 힘들어도 기꺼이 즐거움을 찾으며 일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참된 노동의 맛을 언젠가 알게 되리라 생각하며 작업을 마무리해나갔다.

 

 

 

 

<삼각괭이로 흙을 긁어내는 꽃마리(여리)> 


그러던 중 뒤에서 '까악까악'하며 까마귀 소리들이 들렸다.

아래에 보니 까마귀와 고양이가 대치중이었다.

여차하면 고양이가 까마귀를 향해 달려들 순간이었다.

까치까지 날아와 울어댔다. 까치도 까마귀과라 그런지 까마귀와 같이 울어댔다.

고양이를 향한 외침이었다.

우선 아이들이 달려가 고양이를 쫓았다.

아이들이 달려가도 까마귀는 날아가지 않았다. 날개 어딘가를 다친 듯 했다.

 

 


아이들에게 까마귀를 잘 지켜보라고 하고 야생동물협회에 전화를 했다.

양산은 야생동물협회가 없어 시청에 전화를 했다. 환경관리과에서 담당을 한다고 했다.

담당자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담당자는 보호종이 아니고 개체수가 많은 까마귀는 도울 수가 없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도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들도 나처럼 아쉬워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퇴근 시간즈음 까마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다시 가봤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다가가면 조금 도망갈 뿐 날아가지 못했다.

눈 앞에 있는 까마귀는 보호종이 아닌 그냥 까마귀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개체수가 많아 죽어도 그만인 까마귀는 더더욱

아니었다.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순간 4, 5학년들이 조금 있으면 '동물학' 공부를 하는 게 떠올랐다.

다친 까마귀를 돌보는 자체가 '동물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학년 담임 선생님께 설명을 하고 까마귀를 잡기로 했다.

다가가면 도망을 가서 애를 먹었다.

결국 학교 담장 밑 시냇가로 내려가 버렸다.

나도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담장 밑으로 내려가 살며시 다가갔다.

"괜찮아. 괜찮아." 하며 다가갔다.

신기하게도 가만히 나의 손길을 기다려주었다.

한 번 손을 쪼이긴 했지만 무사히 까마귀를 잡았다.

눈이 참 예뻤다.

우선 급하게 개집에 넣고 입구를 막아 두었다.

물과 동물사료를 조금 넣어주었다. 나무가지들도 넣어주었다.

무사히 잘 지내서 푸른 하늘을 다시 나르는 모습을 보면 참 좋겠다.


내일 3학년 아이들과 새집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학년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선생님을 잘못 만나서 아이들이 고생이다.

 


집에 오니 반가운 선물이 도착해있었다.

홍천 개구리님이 보내주신 선물이었다.

자연농법의 창시자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육종한 볍씨였다.

품종을 개량했거나, 개발한 것이다.

이름이 'Happy Hill'. 행복한 언덕.

이 볍씨를 뿌리면 행복이 주렁주렁 열릴 것만 같다.


<개구리님(최성현 선생님)이 보내주신 볍씨>


3학년들과 벼농사를 잘해서 종자수를 늘려 내년에 2학년들이 농사를 지을 때 주면 좋겠다.

내일 아이들에게 '행복한 언덕'을 보여줘야겠다.(*)